Photo by 남민오, Mythtake Museum
서울시 용산구 서부이촌동과 그 주변은 10년 전까지 재개발 투자가 많았던 동네다. 그러나 2007년 서울시의 '용산 국제 업무지구' 사업으로 동네는 재개발이 아닌, 강제철거 위기에 처하면서 여러 사건이 일어난다. 주민들은 재산권과 생존권을 위해서 투쟁했고, 서울시와 기타 관계자들은 각자의 이익에 맞게 동네를 통폐합시키려 했다. 그러는 동안 재개발구역은 풀과 잔디가 무성한 녹슨 폐허가 되기 시작하였다. 2013년 통합개발계획이 자체적으로 좌초되면서 동네는 조용해졌지만, 다시금 재개발의 바람도 불지 않았다. 그사이 용산 포차촌 등 주변지역은 재건축을 위해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반면, 이촌동은 개선사업을 명목으로 재건축관련 문구가 모두 덮여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동네 속 여러 '공사 중'의 과도기적 모습은 그대로 멈추어져서 마치 그 과정 자체를 서울시 한복판에서 전시하듯 보인다.
개발이 유예된 마을의 주민들은 스스로 집을 보수하고 개조해나가기 시작한다. 각자의 생활에 맞게, 새로운 것이 없는 거리에 버려진 공사자재들로 자신들의 집을 단장하기 시작한다. 동네는 주민들에 의해 임시적으로 수정되고, 고쳐져 간다.
나는 재탄생을 유예 받은 동네 풍경과 동네를 구성하는 자재들에 관심을 갖는다. 이것들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수집 및 글로써 기록한다. 또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비유적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작품들은 주로 주워온 오브제를 움직이는 방식, 늘어놓는 방식, 그리고 4년간 동네풍경을 담은 사진과 영상으로 구성된다.
주워온 폐자재들이 지속적으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도록 만드는 행위는 파괴가 유예된 동네의 분위기와 그 속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다. 또 철거와 관련된 물품들을 가져와 있는 그대로 늘어놓음으로서 완결된 형태가 아닌 임시적인 상태로서 전시한다. 이것은 곧 사라질 것에 대비하여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는 개발구역과 천막촌의 장소적 상황과 성격을 일부 암시한다.
오브제를 주워와 나열하거나, 혹은 나름대로 개조하여 공간속에 배치하는 방식은 생활을 위하여 ‘줍고 개조하는 행위’를 반복하던 동네사람들의 행위를 반영시킨 것이며, 또한 선택된 오브제들은 개발촌의 인상을 함축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전시 후 다시 재활용되기 위하여 고정적이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임시적으로 설치되었다가 전시가 끝나고 다시 거리로 돌아간다.
나는 이러한 행위들을 통하여 동네에 대한 근 4년간의 변화와 상황들을, 동네에 의하여 형성된 사람들의 생활상,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기대와 좌절들, 소소한 이야기들을 함께 엮어 함축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 대 로! 살 고 싶 다>, 서부이촌동 사진 연작(2012~2016), 디지털프린트, 2016
<20132015>, 서부이촌동 벽화사업(2013~2015), 디지털프린트, 2016
<“구”를 찾아서>, 2016, 비상구 표지판과 모터, 가변설치
(비상)‘구’를 찾아서
비상구 판이 붙어있는 모터의 움직임은 마치 절뚝이는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제자리를 맴돈다.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비상구 표지판은 그것의 이름에 걸맞지 못하게 계속해서 무의미한 원을 그린다. 그것은 모터가 죽을 때 까지 반복되고, 결국 모터는 멈추며 판과 분리된다. 이것은 이촌동 개발사업 실패 후 재건축이라는 탈출구를 열망하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는 것에 절망하고, 또 끝없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 서부 이촌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축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철거된 용산 포차 기둥과 모터, 가변설치, 2016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어느 날 갑자기, 용산역 앞의 포차촌이 철거되었다.
아주 조용하게, 안에 있던 식기와 포차 기둥은 그대로인데
사람만 사라진 듯이 포차들이 텅 비어있었다.
나는 재빨리 포차가 사라지기전에 버려진 것들을 수집했고, 영상으로 포차를 기록했다.
포차들 안에는 분리된 기둥들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들의 삶을 지탱하던 기둥은 어디로 갔을 까.
마치 바퀴가 달린 저 기둥처럼 이동하는 삶. 그러나 한 순간에 철거되는 삶.
그들은 떠났으리라.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이민자1, 2, 3>, 용산재건축단지 가벽, 진동모터, 사운드, 가변설치, 2014
<이민자1, 2> 는 내 동네의 상황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서울도심의 한복판에 존재하는 노른자땅, 혹은 노른자와 흰자의 사이의 개발의 사각지대인 우리 동네 말이다.
개발계획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면서 발전하지 못한 땅 서부이촌동. 이곳은 시간도 사람도 일도 다 정지해 있는 듯 싶다. 주변의 발전되는 도시거리와 다르게 마치 90년대 풍경을 간직한 동네. 거대한 가벽으로 가려져 주변사람들 조차 모르는, 새로운 서울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고립된 공간. 그러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 마치 무리 속에서 이민자 처럼 살아가는 자들에 대한 인상을 표현하고 싶어졌다.
나는 이러한 재건축 단지 가벽 중 몇 개를 떼어내 소리가 나는 전동 모터를 달아서 생산적인 몇몇의 공간에 옮겨 놓아 봤다. 그리고 전시장에 놓았다. 이촌동에서 여기까지 떠나온 이 재료들은 어느 공간에 가도 결코 어울릴 수 없다. 이런 아쉬움은 벽에서 울리는 진동 굉음으로 서 울려나간다.
<서부이촌동 하이라이트>, 싱글채널 비디오, 3분 48초,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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