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이미지를 그리지만 이것이 꼭 물일필요는 없다.
그것을 통해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나의 에너지, 어떠한 부드럽고 강한 뉘앙스를 전달하고 싶은것이 더 중요하다.
파도의 이미지속에 물에 빠져버린 남자가 존재한다.
그의 머리는 이미 물로 가득차서 물이 삐져나온다. 그것은 우울이라는 다른이름이기도 하고, 혹은 생각이 많아 나오는 울음일지도 모른다. 그는 멀쩡한 육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약했으며, 아니, 세상이 그에게 너무 가혹하고 강력하여 나약해졌으며, 아니, 그도 열심히 노력하여 무언가 되고자 하였지만 결국 그저 벽에 기대 스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옷도 입지 못한채 훌렁훌렁거리며 푹푹 한숨을 내쉴 기운도 없이 그저 물 자체가 되어 하늘하늘 유영할 뿐이었다.
이것은 2018-9년의 나의모습이었다. 세상의 억압에 힘을 잃고 누워만 있다가 물속으로 빠져버린, 그런 우울에 휩쌓여 저 밑으로 꺼지는 환상을 봐버린, 나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