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상 속에서 형성된 내면의 상태와 내 주변의 사건에 대한 인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것들을 표현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나의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마음’을 추상적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보이지 않는 ‘에너지’에 대한 가시적 체험을 유도하거나, 주변의 일상 속 사건에 대한 ‘함축적 제시’로서 사건에 관련된 물건을 수집하여 움직이는 조각으로 만들어 제시한다. 이러한 작품들을 제작할 때, 나는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 만든 다양한 메커니즘의 장치를 사용한다.

나는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일상속의 사건으로부터 받은 느낌, 인상, 생각 등을 그림으로 제작한다. 그 이미지는 대체로 추상적이며 대개 원형의 모양을 띤다. 그러나 이것은 온전히 나의 순수한 지각(知覺)으로 인해 결정된 것은 아니며, 내가 원하는 시각적 도상을 떠올리려는 인위적인 연상행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나는 일상 속에서 느꼈던 여러 불안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평온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어떠한 시각적인 도상을 제작하길 원했다. 그것은 타원의 형태, 혹은 원형의 형태를 띠는 것이었고, 점차 다양한 모양으로 변하기도 했다. <평온의 땅>시리즈로 시작했던 이 이미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더 길쭉한 형태가 되기도 하고, 혹은 갈라진 틈에서 나오는 분수의 형태가 되기도 한다. 마치 꿈속의 풍경같이 보이기도 하고, 호수의 형태로 내비쳐지기도 하는 이러한 이미지들은 결과적으로 내가 마음속으로 떠올렸던, 혹은 떠올랐던 이미지의 조합들이다. 나는 이것을 ‘내 마음 속 형상들’이라고 이름 붙이며 지속적으로 표현해나간다.

이러한 마음속 형상들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는 힘’혹은 ‘에너지’에 대한 관심으로 전이된다. 나의 작품 <호흡으로부터>연작은 건물외벽의 환풍기에서 나오는 공기를 이용하여 허공을 가로질러 전시장까지 뻗어가는 비닐튜브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공기는 미술대학 실기실이나, 전시장 주변, 혹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폐 공기로서, 무언가를 생산하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배출되는 부산물이다. 이것들은 환풍기를 이용하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한 힘을 가지고 배출된다. 나는 이것을 얇은 비닐튜브를 통하여 전시장까지 보냄으로서,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흥미로움과 보이지 않는 작품을 동시에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위와 같은 내면의 이미지에 대한 표현과 공기를 이용한 메커니즘의 제작을 넘어서, 나는 내 거주상황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나는 2012년에 용산구 서부 이촌동에 이사 오면서 동네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해왔다. 이 동네는 10여 년 전 부터 서울시에 의해 강제철거 될 위기에 처한 동네다. 오랜 투쟁을 반복하면서, 나를 포함한 우리 동네 사람들은 재건축 촌의 임시적이고 한시적인 생활을 꾸려나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작품 창작 에 대한 태도는, 빈 화면을 아름다운 이미지로 채우는 행위에서, 내 주변의 상황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제시하는 것, 혹은 약간의 손을 거쳐 보다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변화된 작품 제작 방식으로서, 나는 동네의 버려진 폐자재들을 줍기 시작한다. 이것은 철거가 예정된 한시적 동네에서, 임시적으로 거처를 마련해 나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차용한 것으로, 내 주변상황의 표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의 행위를 따라서 재건축 개발단지를 연상시킬 만한 오브제를 주움과 동시에, 사진과 영상, 글로서 개발이 유예된 마을 주민들에 의해 임시적으로 보수되어가는 동네를 기록하고 제시한다. 주운 폐자재들(공사장 가벽, 버려진 간판, 포장마차 철근, 벽에서 떨어져 나온 벽돌, 환풍기 등)에 재건축 동네의 생활상을 상징하는 움직임을 부여하고, 그것들이 여러 소리를 내게 만들며 동네의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제시한다.

나는 이러한 작업들을 통하여, 내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것들-느낌, 감정, 생각, 그리고 ‘마음’ 등-을 총체적이며 함축적으로 표현해나간다. 이러한 행위는 궁극적으로 내가 경험하는 삶의 이야기를 시각적, 촉각적, 청각적 형태로서 제시하는 과정이며, 그것을 끊임없이 내 주변에 공유하려는 공감을 향한 요청이다.